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에스프레소”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빠르게 추출한 진한 커피를 떠올리실 겁니다. 영어 단어 Express(빠른)와 혼동해서 그렇게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 Espresso는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압력을 이용해 뽑아낸 커피”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자, 그럼 이번 포스팅에서는 에스프레소의 정의, 마시는 법, 효능,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국제 기준에서 말하는 에스프레소란?
기본적으로 에스프레소에 대해서 아시는 부분은 물을 부으면 아메리카노, 우유를 넣으면 라떼라는 정도만 알고 계실 텐데요.
세계 바리스타 대회(WBC)를 주관하는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기준에 따르면 에스프레소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 추출량: 30ml (±5ml)
- 추출 압력: 9 bar (±0.5 bar)
- 추출 시간: 25초 (±5초)
- 물 온도: 90~96℃
하지만 이 기준은 어디까지나 권장사항입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는 7 bar의 압력으로 추출하거나, 85℃의 낮은 온도에서 추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이런 커피는 에스프레소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마찬가지로 에스프레소입니다.”
에스프레소의 본질적인 정의는?
에스프레소는 기계적인 수치보다 더 본질적인 기준이 있습니다.
물이라는 용매로 원두에서 18~22%의 고형성분만을 추출한 액체
이것이 바로 정상 추출(Optimal Extraction)입니다.
머신을 통해 압력을 가해 물이 원두를 통과하면, 삼투압 현상으로 고형 성분이 물속으로 녹아 나옵니다. 이때 18% 미만이면 과소추출, 22% 초과면 과다추출이라고 하죠.
원두에 따른 추출 시간
그렇다면 모든 원두는 같은 시간에 뽑아야 할까요?
- 인도네시아 만델링 (강배전)
- 에티오피아 시다모 (중배전)
이 두 원두를 같은 추출 시간인 30초로 뽑는다면, 만델링 쪽에서 과다추출이 일어날 확률이 높습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 기준이 아니라 정상 추출 범위(18~22%)를 지키는 것입니다.
에스프레소 추출 구간과 맛의 변화
에스프레소는 추출 구간에 따라 맛이 다음과 같이 변화합니다:
- 초반: 신맛
- 중간: 단맛 (설탕 같은 단맛이 아니라 밥을 오래 씹을 때 나는 단맛)
- 후반: 쓴맛
로스팅을 오래 할수록 쓴맛은 증가하며, 강배전 원두는 추출 구간에서도 쓴맛이 더 강해집니다. 예를 들어 콜롬비아 생두처럼 바디감이 있는 마일드한 원두를 강배전 해서 쓰게 만든 뒤, 또 추출을 지나치게 해서 쓴맛 구간까지 뽑으면? 결과는 “거의 한약”처럼 쓰고 밸런스가 무너진 커피가 될 겁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중간 구간(단맛)에서의 정상 추출. 이 구간에서 추출이 이루어질 때, 원두 본연의 특성이 잘 살아나고, 밸런스 좋은 에스프레소가 완성됩니다.
에스프레소의 효능
1. 항산화 작용과 노화 방지
에스프레소에는 폴리페놀, 특히 클로로겐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세포 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 효과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피부 건강 유지, 노화 방지, 검버섯 예방 등에 도움이 됩니다.
2. 당뇨병 및 성인병 예방
클로로겐산은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며, 제2형 당뇨병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꾸준히, 적정량의 에스프레소를 섭취하면 당뇨병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항산화 성분은 심혈관 건강에도 도움을 주며, 심장 질환의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3. 집중력 향상과 각성 효과
에스프레소 속 카페인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졸음을 줄이고 집중력, 기억력, 정신적 민첩성을 높여 줍니다. 특히 학습이나 업무, 운동 전 섭취 시 신체 수행 능력 향상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4. 우울감 완화
카페인과 커피 속 일부 생리활성 성분은 염증 수치를 낮추고, 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물질 생성을 촉진해 기분 개선에 기여합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우울증 위험이 약 1/3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합니다.
5. 치매 및 신경계 질환 예방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내는 트리고넬린 성분은 두뇌 노화를 늦추고 치매 진행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의 신경퇴행성 질환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6. 체중 감량 및 대사 촉진
카페인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지방 연소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특히 설탕이나 크림을 넣지 않은 블랙 에스프레소는 다이어트 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료입니다.
7. 간 건강 및 항암 효과
에스프레소에 함유된 항산화 성분과 생리활성 물질은 간의 염증과 섬유화를 줄이고, 간경변 위험 감소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간암 예방 효과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 섭취 시 주의사항
에스프레소는 하루 4잔 이내(카페인 약 400mg 이하)로 섭취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에스프레소의 종류
에스프레소는 추출 방식, 양, 그리고 첨가되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나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에스프레소를 중심으로, 아래와 같은 대표적인 변형들이 있습니다.
1. 에스프레소 (Espresso)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커피입니다. 곱게 분쇄한 원두에 911 bar의 높은 압력과 뜨거운 물을 약 2530초간 통과시켜, 25~30ml 정도를 추출합니다. 진하고 강렬한 맛과 크레마(거품층)가 특징입니다.
2. 리스트레토 (Ristretto)
에스프레소보다 더 짧은 시간(1520초), 적은 양(1520ml)을 추출합니다. 덜 쓴 대신 더 농축된 맛을 내며, 신맛이 두드러집니다. ‘리스트레토’는 이탈리아어로 ‘짧은’ 또는 ‘압축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3. 룽고 (Lungo)
에스프레소보다 긴 시간(3540초), 많은 양(3540ml)으로 추출한 커피입니다. 맛은 더 연하지만, 쓴맛이 강해지는 것이 특징이며, 신맛은 줄어듭니다. ‘룽고’는 ‘긴’이라는 의미입니다.
4. 도피오 (Doppio)
에스프레소의 더블샷 버전으로, 약 40~60ml를 추출합니다. 더 진한 커피를 원할 때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도피오’는 ‘두 배’라는 뜻입니다.
5. 콘파나 (Caffè Con Panna)
에스프레소 위에 휘핑크림을 얹은 음료로, 진한 커피와 달콤하고 부드러운 크림이 어우러집니다. 간단하면서도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메뉴입니다.
6. 에스프레소 마키아토 (Espresso Macchiato)
에스프레소에 소량의 우유 거품을 올린 형태입니다. 에스프레소의 진한 풍미에 부드러운 우유 거품이 가미되어 균형 잡힌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키아토’는 ‘얼룩진’ 또는 ‘자국이 남은’이라는 뜻입니다.
이처럼 에스프레소는 추출 시간과 양, 그리고 재료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아래 표로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종류 | 추출량 | 특징 |
리스트레토 | 15~20ml | 짧은 추출, 농축된 맛, 신맛 강조 |
에스프레소 | 25~30ml | 기본형, 진하고 강렬한 맛 |
룽고 | 35~40ml | 긴 추출, 연하지만 쓴맛 강조 |
도피오 | 40~60ml | 더블샷, 진한 맛 |
콘파나 | 25~30ml + 크림 | 에스프레소 + 휘핑크림 |
마키아토 | 25~30ml + 우유거품 | 에스프레소 + 소량의 우유 거품 |